힘 빼라니까요? 하지만 못 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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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킹맥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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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세요."
지난 글에서 결론을 얘기한다고 어그로를 끌었습니다.
(사실 이 네글자가 진리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결론을 말한다고 하더니 힘을 빼라?”
“그걸 누가 몰라서 안 하나요?”
“더 모호한 글을 써놨네.”
맞습니다.
그렇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힘 빼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듣지만,
정작 어떻게 힘을 빼야 하는지는 잘 알려주지 않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힘을 빼는건지에 대해 설명하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죠.
능숙해야 합니다.
제가 회원들에게 자주 드는 예시가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가 펜을 잡고 글씨를 쓰는 것입니다.
어른은 펜을 잡고 슥슥 써 내려갑니다.
손에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글씨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그런데 아이는 다릅니다.
펜을 꽉 잡습니다.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손목도 굳고, 어깨도 올라갑니다.
글씨는 삐뚤빼뚤합니다.
여기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겠습니다.
“힘 빼고 써야해. 그래야 더 잘 써지는거야.”
그러면 힘이 빠질까요?
안 빠집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아직 글씨 쓰는 동작에 능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글씨를 잘 쓰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펜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손가락은 어느 정도 힘을 줘야 하는지
손목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팔은 어떻게 고정해야 하는지
이걸 반복해서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능숙해지면 불필요한 힘이 빠집니다.
힘을 빼서 잘 쓰는 게 아니라, 잘 쓰게 되니까 힘이 빠지는 겁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어른이라고 다 글씨를 잘 쓰는 것도 아닙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명필이 있고 악필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글씨를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된 이후에도
얼마나 더 가다듬었느냐에 따라 필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것과 정말 잘 쓰는 것은 다릅니다.
몸도 똑같습니다.
걸을 수 있는 것과 잘 걷는 것은 다릅니다.
스쿼트를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릅니다.
허리를 구부리는 것과 잘 구부리는 것은 다릅니다.
이게 어른과 아이의 문제일까요?
외국 사람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친다고 생각해볼께요.
“이 손가락은 여기.”
“이 젓가락은 고정.”
“위 젓가락만 움직이세요.”
설명은 할 수 있습니다.
어른이니까 잘 알아듣고 바로 능숙하게 할까요?
대부분 어렵습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갑니다.
손목이 굳습니다.
어깨까지 긴장합니다.
음식은 잘 집히지 않습니다.
잡는 법을 몰라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아직 그 동작이 몸에 학습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학습이 없으면 힘은 빠지지 않습니다.
글씨 쓰는 것, 젓가락질하는 것.
겉으로 보면 작은 동작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손가락, 손목, 팔, 어깨의 협응이 들어갑니다.
손가락만 잘 움직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손목만 부드럽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팔 전체가 적절히 협응해야 합니다.
우리 몸의 큰 움직임도 똑같습니다.
걷기, 달리기, 계단 오르기, 물건 들기, 한손으로 줍기
이 모든 동작은 한 근육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발, 발목, 무릎, 고관절, 골반, 척추, 갈비뼈, 견갑골, 팔, 손목, 손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힘이 한곳에 몰리지 않습니다.
여기서 기능 운동의 기본 원리가 나옵니다.
Joint by Joint Approach.
가동성은 잘 움직여야 하는 곳입니다.
안정성은 잘 지지해야 하는 곳입니다.
우리 몸의 관절은 각자 주된 역할이 있다는 입니다.
문제는 이 역할이 깨질 때 생깁니다.
고관절(가동성)이 잘 접히지 않으면 허리(안정성)가 대신 움직입니다.
발목(가동성)이 잘 움직이지 않으면 무릎(안정성)이 대신 보상으로 움직입니다.
흉추(가동성)가 뻣뻣하면 목(안정성)이 과도하게 움직입니다.
복압(안정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허리 근육이 과하게 버팁니다.
결과적으로는 몸이 움직이긴 합니다.
하지만 억지로 힘을 줘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움직여야 할 곳이 안 움직이고, 지지해야 할 곳을 과하게 움직이면서 힘은 특정 부위에 몰립니다.
그 지점이 제가 계속 설명하고 있는 Force point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힘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죠?
능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능숙함은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그림을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유튜브에서 동작을 보고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따라 한다고 바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 몸에서
어디가 움직여야 하고
어디가 지지해야 하고
어디에 힘이 몰리고 있는지
배우고 반복해야 합니다.
그 원리에 맞춰 운동하고,
그 동작이 몸에 익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힘이 빠집니다.
그래서 힘 빼라는 말은 “대충 하세요”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힘을 빼려면 더 잘해야 합니다.
더 정확히 배워야 합니다.
더 많이 느껴야 합니다.
더 능숙해져야 합니다.
초보자는 힘을 빼고 싶어도 못 뺍니다.
왜냐하면 아직 몸이 그 동작을 모르니까요.
모르는 동작을 할 때 몸은 긴장합니다.
불안하면 힘이 들어갑니다.
어색하면 힘이 들어갑니다.
자신 없으면 힘이 들어갑니다.
반대로 익숙해지면 힘이 빠집니다.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죠.
정리하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제가 말한 결론은 힘 빼세요였습니다.
이번 글의 결론은 이것입니다.
힘을 빼려면 능숙해야 합니다.
능숙함은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몸의 원리를 알아야 하고
움직여야 할 곳과 버텨야 할 곳을 구분해야 하고
그 원리에 맞춰 반복해서 배워야 합니다.
글씨를 잘 쓰게 되면 손에 힘이 빠지고,
젓가락질이 능숙해지면 손가락 힘이 빠지듯이,
몸도 잘 쓰게 되면 불필요한 힘이 빠집니다.
그래서 기능 운동은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아닙니다.
몸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법을 다시 배우는 과정입니다.
잘 움직이게 되어야 힘이 빠지고 덜 아프게 됩니다.
이 순서를 이해해야 다시 배울 수 있습니다.
다시 배워야 아프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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